대안공간 말고 갤러리, 홍대 앞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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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9-06-21 08:58
조회
8947
젊은 예술기획자들을 중심으로 한 대안공간,
비영리 전시공간이 주를 이뤘던 홍대에 최근 갤러리들이 잇달아 문을 열어 화제다.
신진 작가 중심으로 작게 문 연 기존의 미술공간들과 달리 새로 문 연 갤러리들은 크고 쾌적한
규모를 갖추고 신진 작가와 중견 작가를 아우르며 흥미로운 전시를 선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명 전시를 찾아 멀리 떠나는 것도 좋지만, 따뜻한 봄 홍대앞의 갤러리로 미술 순례를 떠나보면 어떨까.


다양한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공유 갤러리의 탄생
에이 벙커 A-BUNKER



지하에 구축된 방어 진지, 벙커Bunker. 전쟁터와 같은 예술시장에서 작가, 기획자, 갤러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아트 벙커’가 홍대를 찾아 왔다. 서교동의 지하 40여 평 공간에 문을 연 A-Bunker가 그 주인공이다. A-Bunker는 코워킹 코리빙 스페이스 회사 로컬스티치 1호점 건물 지하에 있다. 견고함이 느껴지는 붉은 벽돌 건물로, 갤러리가 있는 지하까지 붉은 파벽돌이 이어져 일반적인 화이트 큐브와는 다른 시각적 강렬함을 준다. 3월 1일 개관전과 함께 문 연 A-Bunker에는 정대현, 서혜영, 배현철, 신철, 김민수, 노은희, 여원 7인 작가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A-Bunker의 운영자는 모두 3명. 경기도 일산에 갤러리 The DH art를 운영해온 손도희 대표와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와 아카이빙 프로젝트 작업을 해온 art B project의 배가락 대표, 그리고 2012년부터 경남 창원에서 청년 작가들을 위한 공간 스페이스1326를 운영해온 강대중 대표가 그들이다. 이 공간의 시작점은 손도희 대표였다. 40평 규모의 갤러리를 홀로 운영하는 것을 고민해온 손대표가 공간을 물색중이던 배가락 대표를 만나고, 또 배대표를 통해 지역에서 활동하던 강대중 대표와 연결되면서 세 명의 예술기획자들은 서로 의지하며 또한 각자의 활동을 지원하는 공생 공간으로써 ‘공유 갤러리’라는 콘셉트를 탄생시킨 것.

“혼자 갤러리를 운영하자니 부담이 컸어요. 그렇다면 공간 공유를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뜻이 잘 맞는 동료들을 만나게 된 거죠.”(손도희 대표)

이들은 돌아가며 이 공간에서 전시를 진행하게 된다. 가까운 4월에는 조각가 감성빈의 개인전(space 1326 주관)이 그리고 5월에는 배현철 작가의 개인전(art B project 주관)이 열린다.

“이번 서울 전시를 계기로 배작가님이 전국구로 알려지게 된다면 좋겠어요. 이처럼 제가 관리해온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고,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여서 의지가 됩니다.”(배가락 대표)

“예기치 못하게 서울 진출이 빨라져 얼떨떨하다”는 스페이스1326의 강대중 대표는 “창원과 서울이라는 두 지역을 오가야 하는 게 부담일 수도 있는데, 결심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그만큼 저도 성장한 것 같고, 무엇보다 두 대표님이 함께여서 든든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비록 다른 지역에서 활동했지만, 이들에게 홍대앞은 친숙한 공간이다. 서교동 토박이 남편과 결혼했고 중국에서 오랫동안 살면서도 늘 홍대를 오갔던 손대표나 상수동 거주민이었던 배대표, 합정과 신촌을 오가며 20대를 보낸 강대표까지 모두 이곳을 거쳤던 청춘들이었으니까. 개관전에 쏠린 열띤 반응을 보며 “사람 냄새 나는 예술공간, 새로운 예술기지에 대한 열망은 여전하다는 걸 느꼈다”는 이들은 앞으로 다양한 작가층과 장르를 아우르는 흥미로운 전시로 홍대와 지속적으로 만날 계획이다.

“이곳이 좁게 느껴질 정도로 각자 성장하여 각각 더 큰 세계로 독립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좋은 일이죠”라는 손대표의 말마따나 공유를 통한 성장과 독립은 어쩌면 이 ‘공유 갤러리’의 최종 목표일 것이다. 물론 그때까지 이들은 즐겁게 ‘따로 또 같이’의 행보를 실험해볼 생각이다.

글·사진 I 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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